마취의 필요성

삼국지에 보면 오른팔에 화살을 맞은 관우는 왼손으로 바둑을 두면서 화타의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불필요한 마취로 불필요한 약물이 투여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환자의 과도한 스트레스나 수술에 대한 공포는(수술중 각성상태) 수술에 방해요소가 되고, 더 나아가 수술결과와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만약 현대인이 관우와 같은 상황에 있다면 전신마취를 하거나, 상완신경총 차단술을 적용하여 오른팔만 마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취를 함으로써 수술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출혈도 줄일 수 있으며, 환자의 기력을 고통을 참는 데에 낭비할 필요도 없다.

국소마취와 무통마취

모든 수술은 어떠한 종류든 마취를 하고 진행한다. 이를테면 아무리 간단한 수술을 하려해도 국소마취라는 걸 하게 된다.

한두번만 바늘을 찔러서 필요한 부분의 마취를 마칠 수 있다면 환자에게 예고하고 잠깐 참게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한두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곳을 마취해야할 경우엔 그 고통이 심하거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무통마취이다. 이 마취는 외과의사에게 2~3분의 시간을 주어 필요한 여러 곳에 국소마취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무통마취로 환자는 일시적으로 잠을 자게 되며, 바늘로 찌르는 정도의 통증은 느끼지 못한다.
그야말로 마취를 위한 마취인 셈이다.

국소마취만으로 성형외과 영역의 많은 수술을 진행할 수 있으니 국소마취는 위험도가 낮은 마취이면서도 아주 유용한 마취인 것이다.

수면마취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로 오랫동안 국소마취 하에서 수술을 받다보면 국소마취가 고르게 되지 않은 부분에서 다소의 통증을 느낄 수 있고 불안과 공포감을 느낄 수가 있다.
이때 환자가 원한다면 마취과 전문의에 의한 수면마취를 적용할 수 있다.

수면마취는 일종의 전신마취로 볼 수도 있지만, 마취의 심도가 깊지 않고 자발 호흡을 유지하며, 수술 중 필요시 깨워서 대화를 할 수 있으므로 기도 유지를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하며, 호흡기에 의해 조절호흡을 하고 마취의 심도가 깊은 전신마취와는 구별하는 것이 좋겠다.

단 이 경우, 마취의 심도에 관계없이 마취가 진행 중인 사람은 언제라도 기도폐색과 심혈관계 허탈, 불수의적인 움직임 등의 예기치 않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마취의 심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기도를 유지하고, 환자의 바이탈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마취 전담의사가 필요하다.

우수한 성형외과 의사라면 물론 수술을 하면서도 환자의 바이탈을 감시하는 1인2역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술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것이다.

부위마취

성형외과 영역에서 부위마취는 주로 수술할 부위에 직접 국소마취제를 주입하여 침윤시키는 침윤마취이지만 신체의 일정 부위를 지배하는 신경을 차단하여 해당 부위를 마취하는 신경차단술도 있고, 경막외강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여 마취제가 분포하는 상하의 신경분절만큼만 신체의 부위를 마취하는 경막외마취나, 척수강 내에 소량의 국소마취제를 직접 주입하여, 하반신 전체를 마취하는 척수마취도 있다.

상지의 수술을 위해서는 상완신경총 차단술로 상지만 마취하는 방법이 좋고, 복부지방흡입술, 유방성형수술 등에는 경막외 마취를 할 수 있다.

경막외 마취는 마취와 수술후 무통을 같이 할 수 있어서 복부수술의 경우 수술후 무통이 필요한 환자에게 유용하다.

다만 유방성형수술의 경우 흉부에 경막외 마취를 시술해야 하는데 시술의 난이도가 높고 척수손상의 위험성이 있어 시술에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므로 대개는 전신마취를 권장한다.

전신마취

전신마취는 가스 약제에 의한 흡입마취와 주사 약제에 의한 정맥마취가 있다. 얕은 심도의 전신마취인 수면마취는 주로 정맥마취로 하며, 흡입마취로도 수면마취를 할 수는 있다.

모든 마취는 마취를 함으로써 마취 자체의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는 마취를 위한 약물의 사용과 수반되는 행위로 인한 것인데, 그 위험성은 기관내 삽관을 하는 전신마취의 경우에 가장 크다.

전신마취는 마취의 유도-유지-회복이라는 일련의 진행과정을 거친다.

첫째로 마취의 유도과정이다.
마취의 유도는 환자를 재우고 약물로써 자발호흡을 억제하고 기관내 삽관을 하여 호흡기계에 의한 조절호흡을 시작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대뇌의 의식을 억제하여 앞으로 있을 수술의 통증을 없게 하려는 과정이다.

둘째로 마취의 유지는 수술의 진행과정에 따라 마취의 심도와 강약을 조절하여 환자의 안정상태를 유지하며 수술에 편리하게 하는 과정이다.

셋째로 마취의 회복은 수술이 끝나면서 환자를 마취로부터 깨우는 과정으로 환자의 의식과 자발호흡의 수준을 확인하여 적절한 때에 삽관된 튜브를 발관하고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상의 전 과정은 외과의사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진행되며, 전 과정에 바이탈을 연속으로 모니터하여 환자의 안정상태를 유지한다.

마취과 의사가 환자의 건강력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외과의사와 수술내용에 대해 협의가 부족하다거나 마취-수술 팀간의 상호협력이 부족하거나 모니터링 장비의 불충분함, 응급상황 발생시 응급소생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을 때 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유능한 외과의사와 유능한 마취과의사는 혼자서 1인2역을 하기도 하고 출장수술이나 출장마취의 경우처럼 준비가 덜된 낯선 환경에서도 안전한 수술과 마취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안전하고 충분한 장비와 팀웍이 갖춰진 상태에서 편안하게 수술과 마취를 해야 무난히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수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마취사고

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전신마취일 것이다. 자체의 위험성도 없진 않지만 매스콤의 보도에서 더욱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스콤의 자극적인 보도 태도는 마취와 무관한 사건을 마취사고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그 마취사고가 마취과 의사가 있을 때 발생한 것인지 부재중에 발생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 사건들 중에는 마취과 의사가 없이 진행한 수술의 경우도 있고 마취와 무관하게 수술 후 다른 원인에 의한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수술후 정상적으로 퇴원했던 경우도 있다.

보통의 마취과 의사들은 대부분의 사고들이 자신의 책임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마취사고로 오인되는 경우는 당연히 그렇지만 그 외에도 사고의 상당수가 마취과 의사가 부재중인 환경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취과의사 없이 수면마취를 진행하는 경우가 개원가에 흔히 있다. 또한 출장마취의 경우 환자가 마취에서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취과 의사가 자리를 뜨는 경우나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 있던 환자가 급히 재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마취과 의사가 도착하기전까지의 환자관리는 외과의사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다.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에서는 그 책임이 모두 마취과 의사에게 돌아오게 되지만,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무난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책임있는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이라면 수면마취를 포함한 모든 전신마취를 마취과 의사가 담당하게 되며,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발생하는 응급 사태에 대해 외과의사를 대신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외과의사는 다른 수술에도 여유가 생기고 환자는 안전해 지는 것이다.